“도대체 뭘 먹으란 말입니까?”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 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중년의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왔고, 부인이 뒤를 따라 들어왔다. 일견 보기에도 만성 병색이 있었고, 콩팥기능이 안 좋은 걸 직감했다.

“아하 OO 내과 OOO 선생님이 보내주신 분이군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재돼 있던 불만을 폭발했다. 

“내가 당뇨병으로 거길 10년이나 넘게 다녔고, 먹으라는 약을 다 먹었는데, 갑자기 콩팥이 나빠졌다며 여기 가보랍니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이는 진료실에서 너무나도 쉽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과연 불만의 원천은 무엇인가? 

최선을 다한 의사와 환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의 서로의 기대가 달랐으리라.

그럼 이 기대의 갭(GAP)의 원인은 무엇인가? 

아마도 많은 부분은 ‘교육’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의사들은 바쁜 진료환경에서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약을 처방하기에 급급할 것이고, 교육전담인력이 없는 대부분의 클리닉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은 엄두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환자는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나, 이 정보의 대부분은 의학적 토대가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확인하길 원한다.

현재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 환자가 받았던 당뇨교육에서는 흰 쌀밥, 고기(육류), 설탕이나 단 음식을 먹지 말고, 싱겁게 먹고, 신선한 과일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했단다.

그리고 콩팥기능이 떨어지면서, 국물도 먹지 말고, 김치, 짠음식, 과일 채소도 먹지 말라고 교육받았다고 한다. 

그럼 여기에서 환자나 보호자의 대답은 무엇이겠는가. 

“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오? 그냥 아무것도 먹지 말고 굶어 죽으란 말이오?”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이런 의사와 환자와의 갭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환자입장에서 환자가 원하는 교육의 원칙을 알아보는 것이다. 

첫 번째,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한꺼번에 알려주지 말고, 우선 순위로 나눠서 하나씩 알려주고, 실천할 수 있도록 평가해주는 일일 것이다. 

두 번째, ‘무엇을 하지마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환자에게 콩팥기능이 떨어지면 변화하는 몇 가지 상황들(나트륨 및 칼륨배출 능력 저하, 단백뇨에 의한 신손상 등)을 알려줌으로써 환자의 이해도를 높인 후 식이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은 고단백, 고나트륨, 고칼륨 음식들을 피하는 방법으로 흰쌀밥(가능하면 저단백밥)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칼륨을 줄이는 처치를 한 채소와 저염식단을 소개해주고 먹도록 한다. 

그런 다음 꼭 요(spot urine)중 전해질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피드백을 시켜준다.

무엇보다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하도록 하면 쉽게 포기하므로, 가장 중요한 저염식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된 시점에 저단백식이, 저칼륨식이 순서대로 교육함으로써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족하나마 필자가 외래에서 시행하는 간단히 저염식이 교육 내용을 소개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염분섭취의 권장량은 하루에 5g 미만이지만, 전국민영양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3~5배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짠맛이 입맛의 60~70%를 차지하므로 소금을 한꺼번에 줄일 경우 맛이 너무 없어서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음에는 30~40% 정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다음과 같이 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 국, 찌개 등의 국물에 많은 양의 소금이 녹아 있으므로 가능한 먹지 말고, 꼭 필요한 경우 건더기만 조금 먹고, 식사 중 국물이 필요한 경우 누룽지 등의 고소한 맛을 이용하거나 파, 마늘, 후추, 카레 가루 등의 향신료를 이용해 맛의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저염 김치는 이제까지 길들여진 맛이 아니므로, 보통 김치를 아주 작게 썰어 절대적으로 들어가는 양을 줄이도록 한다. 

각종 절이거나 간이 된 음식들(간고등어, 김 등)은 피하고, 대신 생물로 구워 저염간장(간장 1, 물 1)이나 필요 시 겨자나 참깨를 첨가한 소스에 찍어먹도록 한다. 

젓갈류는 쉽게 피할 수 있으니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육 전후에 요중 나트륨의 배설을 체크해 변화된 양을 가르쳐 줌으로써 피드백을 꼭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