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성콩팥병 식이요법의 현실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우리나라와 식생활 문화가 비슷한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요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일본의 투석환자는 인구 10만명당 201.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를 나타내고 있다(2005년, OECD Health Data).

일본의 병원은 이미 식이요법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환자 맞춤형 영양 상담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만성콩팥병 환자가 진료를 받게 되면 매번 영양상담을 권유하고 있다. 

진료 시마다 으레 영양상담을 받고 가기 때문에 담당 영양사와 환자의 관계도 친밀해진다. 

환자는 그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매 끼니 상세히 기록한 식사 일지를 보여주며, 그 동안의 식이요법을 점검 받는다.

실제로 성 마리안나 의대 병원의 메디컬 서포트 센터에서는 관리 영양사가 환자 개개인의 생활 배경과 식생활의 내용에 따라 실행 가능한 식이요법을 제안해 준다. 

또한, 환자가 정기적으로 식이요법 상담을 받으러 오도록 해 장기적으로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할 수 있게끔 돕는다. 

해당 병원에 다니는 환자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 다니는 환자도 식이요법 상담만을 받으러 갈 수 있을 정도로 환자의 식이요법 상담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에선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요법 지침 또한 엄격하다.

일본의 경우 0.6g~0.8g의 단백질 섭취를 권한다. 

적절한 에너지 보급이 된 후에 더욱 엄격하게 단백질을 제한(0.6g 이하)하는 쪽이 말기 신부전의 상대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높은 것이 시사되고 있지만, 리스크와 이점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병원에서 지속적인 맞춤형 상담을 통해 올바르게 실행 가능한 식이요법에 대해 배운 환자라 할지라도, 본인 또는 가족이 환자 한 명을 위해 매번 영양소를 계산해 식단을 짜고 조리하기는 쉽지 않다.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노인, 환자 등을 위한 특수 식품 시장이 발달돼 있는데, 만성콩팥병 환자용 식품 역시 다양하게 개발돼 있어 환자들이 식이요법을 시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반 밥보다 단백질 함유량을 극히 낮춘 저단백 즉석밥이며, 이외에 단백질, 염분, 칼륨, 인 함유량을 낮춘 간장, 덮밥 소스, 카레, 라면, 우동, 반찬류 등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환자들은 환자용 식품을 이용해 집에서 조리하기도 하지만 환자용 식사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단백질 함량이 조절된 제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이런 제품들을 이용해 식이요법을 진행할 수 있다. 

환자들은 세분화돼 있는 상품의 종류를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데, 환자마다 허용된 단백질 섭취량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50~60g, 24~40g, 30~40g 등 3종류로 상품이 출시돼 있다. 

저단백밥을 매끼 섭취함으로써 생물가가 낮은 식물성 단백질을 최소화하고 절약한 단백질 함량을 보다 질이 좋은 고기, 생선, 달걀 등을 더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제품으로 식이요법을 진행하기 때문에 쉽게 만들고, 먹는 즐거움을 누리며, 가족과의 밥상에서도 소외감 없이 식이요법을 계속 한다.

그리고 철저히 식이요법을 진행하는 환자들끼리 저단백, 저염 요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까워지는 일도 빈번하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단이 차려지는 음식점까지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철저한 저단백 식이요법과 적절한 에너지 보급으로 투석을 5년 이상 지연 시켰다는 임상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환자 맞춤형 상담을 통해 올바르고 실행 가능한 식이요법에 대해 알려주고, 환자는 다양한 환자용 식품이나 식사 배달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식이요법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식이요법이 한결 편리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환자도 일본의 환자처럼 병원의 맞춤형 상담 서비스와 다양한 환자용 식품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