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식이요법의 어려움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최범순 교수

‘식이요법, 영혼을 갉아먹는 느낌’ 신장병 환우회 카페에 어느 환자가 올린 글의 제목이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신기능을 유지시키기 위해 식이요법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얼마 전 당뇨병성 신증으로 인한 만성콩팥병을 진단받은 B씨는 병원에서 식이요법에 대한 교육을 받긴 받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식을 만들 때 재료를 정확하게 계량하는 것 자체가 생소한 데다가,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해도 지시 받은 1일 영양소 함량을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영 어렵기만 하다.

또한 정확한 영양분의 함량을 알 수 없어 나름대로 철저하게 식이요법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떤 성분을 얼만큼 먹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 먹는 것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남편이 만성콩팥병 환자인 가정주부 A씨는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 너무 고역이다. 남편을 위해서는 저단백 저염식 반찬을, 한창 크는 자녀들을 위해서는 단백질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반찬 한 가지를 하더라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따로 따로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남편 때문에 외식을 할 수도 없어 남편은 늘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해하고 어떤 때에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인 회사원 C씨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직장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은 갈 만한 곳이 없다. 동료들과 함께 짬뽕이라도 먹게 되는 날은 정말 힘들다.

또한 회식이라도 있는 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병원에 다녀온 날은 더욱 우울하고 짜증이 난다. ‘단백질은 하루에 체중 당 0.8g 만 드시고, 소금은 5g을 넘지 않도록 하세요’, ‘어떤 음식은 칼륨이 많으니 피하세요’ 등 식이요법에 대한 컨설트는 환자들에게 너무도 어려운 숙제다. 차라리 환자들에게 SF 영화에서 우주인들이 먹는 단백질, 나트륨, 칼륨, 칼로리 등이 정확히 나와있는 캡슐이나 Bar를 던져 주며 “이것만 드세요” 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도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무엇을 먹더라도 무엇을 얼마만큼 먹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먹으면서도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이러한 환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식당에서도 당뇨환자나 신장병 환자들을 위한 메뉴가 있거나 전문 식당도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전문식당은 아니더라도, 환자들을 위한 식품들이 더욱 개발되고 정확한 성분과 함량이 표시되어 최소한 무엇을 얼마만큼 먹고 있는지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 3인의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이야기는 15회에 걸쳐 연재된다.